2007. 12, 『인문콘텐츠』10


한류, 문화콘텐츠, 인문정보학


김  현*1)


1. 문화 산업의 키워드 한류(韓流)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한류(韓流)라는 말은 ‘한국문화와 문화상품의 해외 진출’을 의미한다. 보다 좁은 의미에서는 중국, 대만, 일본 및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이다.

    1990년대 후반 대만과 중국의 언론들이 쓰기 시작한 ‘韓流‘라는 말이 처음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인들의 조어법에 따르면, 어떤 문화 현상의 기원이 한국이면 ‘韓流‘, 일본이면 ‘日流’, 중국이면 ‘華流’라고 불리우게 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류라는 말은 ’한국 문화의 해외 진출‘ 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열기‘를 의미하는 말로 확대해석되었다.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이 ‘한류’ 현상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 가요, 댄스 등 대중문화상품의 인기는 모바일 폰과 같은 한국의 공업 생산품의 수출량과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를 증대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정부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문화 상품의 개발이 한국의 국부를 증대하는 수단임을 인식하고, 한류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1)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란 시스템 또는 미디어에 문화적 내용물을 담음으로써 만들어진 문화 상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민족문화 원형 발굴 및 문화정체성 확립 사업’은 한국의 전통 문화 자원을 토대로 국내외 시장에서 상업적 이익을 낳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의 개발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문화콘텐츠의 생산을 촉진하는 정책을 수립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나 영화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그것이 동아시아 지역의 한류를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이 있다.

    2003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방영된 TV 드라마 「대장금」은 조선시대의 궁중의 의녀였던 실존 인물 장금의 일생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심지어는 러시아와 이집트에서까지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성공을 거둔 또 하나의 문화상품은 2005년 12월에 개봉된 영화 「왕의 남자」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광대 연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 12,300,000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   TV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왕의 남자」


2.  문화콘텐츠 산업이  인문학계에 미친 영향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 주도의 문화콘텐츠 육성․지원  사업이 점차 확대되어 가자,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있던 한국의 인문학 연구자들도  문화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인문학연구자들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1997년  'IMF 사태'라고 부르는 경제 위기를 경험한 이후 대학의 인문계 학과 학생들이 급속히 줄어들게 된 상황이다.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의 하나로 문화콘텐츠를 위한 인문학의 응용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문화콘텐츠의 소재 개발을 위해서 '인간과 문화'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연구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났고,  그러한 사고에 동조하는 대학 교수, 연구자들이 ‘인문학과 디지털 콘텐츠의 협력 공간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회를 설립하였다. 각 대학에서는 인문학과 문화콘텐츠를 연결하는 전공 과정이 개설되었고,2) 역사, 철학, 종교학, 문학 등 전통적인 인문과학을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응용하는 교육도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대학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관심을 갖는 현상은 새로운 전공 과정의 창설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연구소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기초학문육성사업’,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누리 사업’  등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의 많은 부분이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디지털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관련되어 있다.

       인문학적 지식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문학자뿐 아니라 미디어 제작자들도 공감한다.  그러나 인문학적 지식이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분명한 답안이 제시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의 인문학자들이 희망하는 대로, 인문학적 연구 활동이 곧바로 문화콘텐츠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성공적인 문화콘텐츠는 충실한 문화적 소재와 첨단 미디어 기술의 밀접한 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화콘텐츠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획, 저작, 가공, 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각 분야의 고도의 전문성이 결부되어야  한다.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적 연구 성과가 곧바로 문화콘텐츠가 되는 것이 아니며, 인문학자들이 단독으로 문화콘텐츠 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3.  인문지식이 문화콘텐츠에 이르는 길


      인문과학 지식이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기여하기 위해서,  인문학자들은 어떠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나의 사례를 살펴 보기로 한다. 한국에서 성공적 문화콘텐츠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영화  「왕의 남자」 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에서 그것의 창작 소재를 발굴하였다. 


  ○ 궁중의 향연에서 광대 짓을 한 연산.

  ○ 궁중에서 벌인 광대극.

  ○ 처선(處善)이라는 이름의 환관.

  ○ 공길(孔吉) 또는 공결(孔潔)이라 불리운 광대의 존재 ....


     이상의 것들은 모두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실린 사소한 사실들이다.  이러한 역사적 소재가  「 왕의 남자」라는 문화콘텐츠의 제작에  쓰이기까지의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 


  ○ 1968년 - 1993년 ..... 25년 동안의 정부 지원 번역 사업을 통해 한문으로 쓰인 『조선왕조실록』을 현대 한국어 판  『국역조선왕조실록』으로 번역, 출판

  ○ 1992년 - 1995년 ..... 『조선왕조실록  CD-ROM』이 개발․보급됨으로써 역사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실록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음.

  ○ 1996년 - 1998년 ..... 조선시대 역사 지식의 대중화

    . 『월간조선』「CD-ROM을 타고 들어가 본 조선 왕조 500년 여행」 2년 4개월 간(1986. 5 -1998. 9 ) 매월 원고지 150매의 기사 연재

    .  한국방송공사(KBS)에서  「 TV 조선왕조실록 」 1년 3개월 간 주 1회  60분 프로그램 제작 방영 (1997. 3 - 1998. 6)

    .  수백권에 대중적 역사도서 출간

   ○ 1998년 ....  사진실 교수3)의  <한국공연예술연구> 강의: 조선왕조실록 CD를 통해 연산군과 광대의 이야기 시놉시스 개발

   ○ 2000년 ..... <한국공연예술연구>  강의 성과를 응용한 연극 「이」(爾) 제작

   ○ 2005년 ..... 연극  「이」의 스토리를 토대로 한 영화  「왕의 남자」 제작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이 시작된  1968년부터  「왕의 남자」가 제작된  2005년까지의 기간은 『조선왕조실록』이 학자들의 연구자료에서 대표적 문화콘텐츠 창작 소재로 전환되기까지 소요된 기간 이다.  이 가운데 인문학 지식과 문화콘텐츠 사이의 가교(bridge)를 만들어 낸 것은 ‘조선왕조실록의 디지털화’였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500여년 동안 일어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제분야의 사건과 그것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논의를 상세하게 기록한 광범위한 지식 자원이다.   그것은 역사 연구 자료일 뿐 아니라 풍부한 창작 소재를 담고 있는 자원으로 인식되었으나 규모의 방대함으로 비전문가의 접근이 용이치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의 디지털화는 조선시대에 역사에 대한 지식을 소수의 전공자뿐 아니라, 가깝게는 인접 학문의 종사자에서부터 더 넓게는 작가, 언론인, 일반인까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지식 수요자들에게 폭넓게 제공하는 데 기여하였다.

      「디지털 조선왕조실록」의 최대 수혜자는 교양 서적 저술가와  TV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  연극 극작가 등이었다.   '학술'과 '창작' 사이에 놓였던 '지식 소통의 장벽'이 해소된 것이다. 이것을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 관계 종사자들이 학자들을 통한 '인적 매개' 없이 창작의 소재에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풍부한 소재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 CD-ROM의 데이터와 검색 프로그램을 그대로 인터넷에 옮겨 놓은 「e-실록」이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상에서 오픈되었을 때, 언론은 그 의의를 이렇게 평가하였다.    “e-실록은 역사학자의 실록 독점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선일보,  2006. 1. 28)


◇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실린 광대 공길의 이야기  (http://sillok.history.go.kr)


4. 인문정보학: 인문지식과 문화콘텐츠의 매개자


      「디지털 조선왕조실록」의 성과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인문지식 또는 인문지식의 정보화가 곧 문화콘텐츠의 생산은 아니다. 그러나  인문지식은 문화콘텐츠를 발아(發芽)시키는 씨앗이며,  인문지식의 정보화는 창조적인 문화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그 씨앗을 전달해 주는 매개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문 지식이 문화콘텐츠의 생산 자원으로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위한 매개적 장치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매개적 장치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 ‘인문정보학’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학문으로 수행되고 있다.   인문정보학의 목표는 ‘인문지식의 학제적 소통’이다. 인문학자들이 생산한 전문 지식이 인문학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서도 자유롭게 다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문화콘텐츠가 필요로 하는 '인문지식'은 창작물의 테마가 될 만한 '놀라운 이야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중심 줄거리’뿐 아니라 그 뼈대에 살을 붙이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한 정보가 풍성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쥐어짜듯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그것이 제아무리 기발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고 해도 역사 이야기로서의 매력을 상실한다.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일본의 대표적 역사 소설가이다.  소설가인 그가 어떻게 역사에 대해 그토록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지 묻는 독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 “틈만 나면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아동 백과사전’을 읽습니다.”  시바 료타로의 역사 참고서가 된 일본의 아동 도서는  당대 최고 권위의 학자들이 지식의 큰 줄거리는 물론 어린이들의 흥미를 돋울 자질구레한 문제들까지 이것저것 평이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일상의 필요에 의해서건 사소한 호기심에서건, 알고자 하는 수준의 정보는 속속들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소설 속에서 소품처럼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1세기의 문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문화콘텐츠 소재 자원은 과거의 백과사전적 지식보다 더욱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것이야 한다.  역사, 문학, 철학, 민속, 예술 등 다방면에 걸친 지적, 감성적 소재들이 더욱 풍부하게 개발되어야 하며, 이것이 창조적인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에 의해 손쉽게 입수되고 활용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양성과 구체성의 심화는 자칫 전문 영역의 벽을 높이고 그 개발 성과의 학제적 유통을 저해할 수 있다.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매개자가 필요하다.  인적 매개에 의지하지 않고도 지식 자원의 생산과 문화콘텐츠 창작의 두 영역을 소통시킬 수 있는 장치는 개방적인 지식 정보 시스템이다.  인문정보학이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은 인문지식의 생산자들이 만들어 낸 다양한 지식을  개방적인 정보 시스템에 담음으로써, 그것이 전공의 울타리 안에서 사장되지 않고 창작의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소품처럼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  인문정보학의 기술적 연구 과제


      인문정보학의 연구 과제는 인문지식의 ‘상호운영성’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운영성(相互運營性, interoperability)이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 의한 만들어진 다양한 지식 정보 자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상호 연계하여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정보학에서 다루고자 하는 상호운영성의 기술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그 대부분은 이미 정보 과학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인문 지식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새로운 학문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① 인문 분야의 지식 자원에 기계적 가독성을 부여하는 위한 전자 텍스트 마크업(Mark-up) 체계 개발

  ② 기계가독적(Machine Readable) 지식 요소를 기반으로 관련 지식의 상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구현 기술

  ③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내용적 의미 맥락을 표준화된 전자 정보로 기술하여 그것의 검색과 연계 활용을 가능케 하는 하이퍼미디어(Hyper-Media) 구현 기술

  ④ 인문 지식 자원의 표준적인 메타 데이터(Meta Data) 형식 개발 및 관련 정보의 공유 기반을 제공하는 데이터 레지스트리(Data Registry)의 구축 기술

  ⑤ 특정 영역의 전문 지식에서 쓰이는 기본 개념 및 개념들간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지식 자원의 기계적 소통을 도모하는 온톨로지(Ontology) 관련 기술


6. 인문정보학적 연구 개발 프로젝트의 사례


      필자가 재직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창조적인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쓰이도록 하는,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연구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이라고 불리우는 이  사업은 한국의 232개 지방도시의 문화를 담은 온라인 디지털 백과사전을 만드는 일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연구 개발 프로젝트의 성격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전국의 시 군 구 지역에 대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 경제 사회의 변화 발전상에 관한 모든 정보를 집대성한 지역 문화 백과사전의 편찬

     둘째,  지역의 다양한 향토문화 자료를 발굴 수집 연구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이를 디지털화 하여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 통신 매체를 통해 서비스하는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제작

     셋째, 서비스 이용자가 새로운 지식의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콘텐츠의 고품질화를 자체적으로 촉진시켜 가는 순환형 지식 정보 시스템의 개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은 우리나라 각 지역의 고유한 지방 문화 자원이 한국 문화에 대한 학제적 연구 자원으로 활용되고, 그 성과가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토록 하기 위한 인문정보학 기반의 지식 정보 편찬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한국의 지방 문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문 지식이 문화콘텐츠의 생산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정보의 상호운영성을 증진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은 인문학자와 정보과학자들의 공동으로 수행하는 연구사업이며, 인문지식을 정보 시스템에 담아내는 방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모든 지방 문화 자원이  표준화된 프레임워크에 의해 디지털화 되도록 함으로써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보들이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생산된 정보는 제3자의 정보 시스템에서도 쉽게 불러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지방 도시 한 곳 한 곳의 문화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 내용을 이루는 정보의 조각들은 한국 문화에 관한 총체적인 지식의 일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토 문화를 대상으로 한  하이퍼 텍스트 정보 편찬은 앞으로 한국 문화에 관한 모든 종류의 지식 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의미 연관의 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국 문화의 전문 연구자 아니더라도 문화콘텐츠 개발 자원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 문화 지식 베이스’의 탄생이 이를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성남, 청주, 강릉, 진도, 진주, 남주, 제주시 지역의 향토문화전자대전 홈페이지 (http://www.grandculture.net)


7. 인문정보학이 추구하는 것


      인문정보학은 인문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자의 도움 없이 그 지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보 기술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이다.  인문학과 정보 기술의 긴밀한 연계를 표방하는 이 새로운 학문은 그 자체가 하나의 분과 과학으로 정립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상호 이해를 필요로 하는 두 분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인문 지식의 사회적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그것의 활발한 응용을 촉진함으로써, 인문학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실용적인 학문이 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려 하는 것이다.

    인문정보학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실험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한류’와 ‘문화콘텐츠’라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트랜드, 한국인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고유한 문화 유산, 그리고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정보 기술 등 매우 한국적인 요소들이 이 새로운 학문의 성장 배경임을 고려하면, 인문정보학은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역동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지식이 높은 담으로 조각 조각 나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기술과 문화, 학술과 창작이 서로 어우러져 더욱 힘있는 한류의 물결을 만드는 데 우리의 인문정보학이 일정한 기여를 하리라 생각한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한국학정보센터 소장


1) “각 민족의 문화원형적 소재가 현대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다각도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문화원형 콘텐츠 사업은 언젠가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줄 수 있는 보물 같은 재산이 될 것이다.” (“민족문화가 콘텐츠 산업의 샘이다”, 「국정 브리핑」2006. 11. 22 국정홍보처)


2)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360개의 대학 가운데  239개 대학에서 모두 933개의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 또는 전공 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1997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조사, http://www.culturist.co.kr)


3) 현 중앙대학교 연희예술학부 교수. 사진실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CD를 통해 한국연희사 연구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공연예술연구> 강의를 통해 조선시대 궁중광대의 활약과 그들의 예술을 소재로 한 시놉시스 개발을 지도하였다. 실록에는 없는 인물 ‘장생’은 사 교수가 허균의 <장생전>에서 발굴한 캐릭터이다.